생각, 이규보

나는 급작스럽게 일을 하고서

신중히 생각해보지 않았던걸 후회한다.

신중히 생각한 뒤 일을 한다면

어찌 화가 뒤따르랴!

 

나는 급작스럽게 말을 내뱉고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

한 번 더 생각한 뒤 말을 한다면

어찌 치욕이 뒤따르랴!

 

생각하되 너무 급히 하지 말라

너무 급히 생각하면 어긋남이 많아진다.

생각하되 너무 깊게 하지 말라

너무 깊게 생각하면 의심이 많아진다.

헤아려서 절충해보건대

세 번 정도 생각해보는 게 가장 적절하다.

 

- 이규보 -

 

 

이규보 : 1168년에 태어나 1241년에 죽었다. 고려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다. 자는 춘경이고 호는 백운거사다. 본관은 여주이고 시호는 문순이다.

 

 

생각의 어려움을 잘 풀어 이야기 한 글이다.

생각이 너무 짧아도 문제이고 너무 길어도 문제이다.

생각이 짧은 걸 급하다 하고 생각이 너무 많은 걸 우유부단하다 한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다 일을 그르치고 반대로 생각을 너무하는 나머지 일을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했나 보다.

적절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에 가깝다. 지혜로우려면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하는 데 생각이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도 적절한 판단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이규보는 세 번 정도 생각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세 번이란 숫자는 사람에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숫자다.

 

어쨌든 이규보는 친근한 숫자 3을 들어 세 번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 이하면 너무 짧은 생각이요, 그 이상이면 불필요하게 너무 긴 생각이라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건 생각이 짧은 것 이상으로 우리 발목을 잡는다.

생각이 짧으면 오류의 가능성은 있으나 어쨌든 행동을 한다. 그러나 생각이 길면 행동을 하지 않아 아예 오류의 가능성조차 없다. 움직이면 뭔가를 얻을 수라도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대개 생각이 많은 사람을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하나 실은 겁이 많아 우유부단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행동도 하게 마련이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하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든 적절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중간의 중용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떨까? 어느 쪽에 가까울까 생각해 볼 일이다. 생각의 적절한 정도를 지키려니 생각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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