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밑의 풀숲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어렸을 때 풀밭에서 놀며 그 풀밭 속의 세계를 신기하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풀 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조그만 곤충과 벌레들이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이다.
열심히 먹이를 물고 달리는 개미들과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곤충과 벌레들. 비가 내린 날이면 기어 다니는 지렁이. 풀잎에 달려 있는 달팽이...... 이 모든 것들은 저마다 각자의 새로운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앙리 파브르 곤충기
앙리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곤충기는 30년의 세월 동안 곤충들의 세계를 관찰하며 쓴 글이다. 그만큼 방대한 내용이라 대부분 축약본이 시중에 나와 있다. 나 또한 축약본으로 읽었다.
그의 곤충 관찰은 놀랍다. 같은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리 다르게 보고 관찰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곤충기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글이 유려하고 한 편의 산문 같을까?
영국의 탐정 셜록 홈스와 그의 친구인 의사 왓슨이 다음과 같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둘은 어느 날 사무실에서 한 손님을 맞는다. 그런데 홈즈는 그 손님의 출신과 취미며 어디서 왔는 지를 다 알아맞혔다.
손님이 가고 난 후 왓슨은 홈즈의 실력에 감탄하며 물었다. 자신도 같은 사람을 보았는데 어떻게 홈즈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었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한 홈즈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자네는 보았지만 나는 관찰했다네."
그렇다. 관찰과 보는 것은 다른 것이다. 관찰을 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홈즈는 손님의 말투와 옷매무새, 신발에 묻은 흙 등을 보면서 손님에 대한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브르 역시 관찰의 대가였다. 그는 곤충들의 세계를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했다. 그것도 사랑을 가지고 관찰했다.
파브르의 생명 사랑
그는 한 곤충을 연구할 때 몇 년간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 정도 관찰을 했으니 그 곤충에 대해 알 수가 있었을 것이다.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애정 어린 눈으로 봐야 있는 그대로를 볼 수가 있고 자세히 볼 수가 있다.
그래서 그의 곤충기는 단순한 논문이 아니라 곤충을 통해서 본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세상에 던지는 한 편의 시이다.
그에 대해 당시 에드몽 로스탕은 그를 가리켜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예술가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표현한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철학자인 베르그송에게도 그의 책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그의 곤충기가 당시 많은 영향을 미쳤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곤충을 사랑한 것만큼이나 인간도 사랑했다. 그의 노년에 그의 생활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많은 저명인사들이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많은 성금이 모아졌고 성금은 파브르에게 전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그는 그 성금을 모두 보내온 기부자들에게 돌려주었고, 이름을 모르는 경우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비록 곤충의 생명이지만 생명을 사랑한 그였기에 마찬가지로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프랑스는 그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묘비명을 보자.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고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음은 더욱 고귀한 삶을 위해 떠나는 출발이다.' 생명을 사랑한 사람의 묘비명으로 어울리는 글이다.
파브르 같은 인물로 인해서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을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을 경시하며 자신은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웃을 사랑한다면, 한 존재를 사랑한다면 다른 존재도 사랑하게 된다. 생명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앙리 파브르를 따라 곤충을 관찰해 보자. 그리고 그의 생명 사랑의 정신을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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