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문학도가 아니다. 천문학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이다.
그러나 어릴 적에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 하늘을 보면서 우주를 동경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다 군대에 입대하여 군생활을 하면서 칼 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를 읽었다. 참으로 두껍고 방대한 양의 책이었다. 아마 우주나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읽기 힘든 책일 수도 있다. 일단 그 분량에서 압도되고 그 내용이 매우 인문적이기 때문이다.
목차
칼 세이건
칼 세이건 박사는 시카고 대학에서 천문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스미소니언 천문대에서 천체물리학자로 일했다.
1980년대로 기억한다. 그의 명저 <코스모스>를 tv에서 방영해 준 적이 있었다. 미국의 프로그램인데 국내에서 보여준 것이다. 그때 tv를 통해서 그의 강연과 우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감동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였다.
그는 우리가 사는 지구외에도 생명체가 있음을 믿었고 그의 주장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노력에 일조를 했다.
그는 단순히 우주를 과학적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연관 지어 심도 깊은 사상을 편 것으로도 유명하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군 복무 시절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놀란 것은 그의 해박한 지식이었다. 하버드에서 교수로 강의할 정도면 대단한 학식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그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단순히 그의 지식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코스모스>란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책의 내용이 천체물리학이 아니라 철학책 같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철학과 학생으로 공부하는 중에 입대를 했다. 그래서 철학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었지만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름과 간단한 이론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읽는 내내 철학 전공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전공 관련한 책이 비록 두거운 책이었지만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무수한 도표와 그림들. 그리고 등장하는 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주의 신비에 접근하려는 그의 노력과 인류의 미래를 향한 그의 걱정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들.
<코스모스>에는 우주에 대한 지식만 아니라 철학과 과학과 윤리와 미래가 모두 담긴 거대한 지식의 창고다. 분야의 다양성뿐 아니라 내용의 깊이 또한 대단하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고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 지구의 미래
우주의 창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지만 아직 정확한 이론은 나오질 않았다. 아마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우주의 시초를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리가 우주의 시초 시간으로 돌아가서 그 시작을 볼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하고 추측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정교한 과학 이론이고 실험에 의해 검증되었다 해도 우리가 우주의 시작 시간으로 직접 가서 보지 않는 이상 우주 창조에 대한 이론은 모두 확인할 수 없는 가설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측으로 많은 가설을 만들었다. 그것이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창조신화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서양의 창조 신화는 간단히 말해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의 이동이다. 혼돈의 카오스를 거쳐 질서의 코스모스로 우주가 모습을 갖췄다는 것이다.
카오스라는 말은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나오는 말이다. 우주 최초의 존재로 이 카오스에서 다른 여러 존재들이 나오게 된다.
혼돈에서 질서로의 이행은 그리스에서만 있는 사상은 아니다. 기독교의 창세기에도 하나님이 혼돈의 상태에서 질서의 우주를 창조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마고 신화에 의하면 마고 할멈에 의해 우주가 창조되고 질서를 갖게 된다. 중국의 반고 신화 역시 마찬가지다. 혼돈에서 반고가 나타나고 반고가 우주 만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처음엔 카오스 즉 혼돈의 상태에서 점차로 질서를 갖춰 나간다. 이것은 인간의 역사인식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점차로 역사가 발전해 나간다는 사고방식 역시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 모든 과정의 역사가 기록되고 보존된다. 그 기록은 바로 우주에 있다. 그래서 칼 세이건 박사는 책의 첫머리에서 우주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담겨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리학자들에 의하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빛도 빨려 들어간다고 한다. 빛이 무엇인가? 빛은 시간을 재는 기준이 아닌가? 그런 빛이 빨려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시간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홀이 있는 우주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칼 세이건 박사의 말이 과장은 아닌 것이다.
지금 우리 지구와 인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도 우주의 한 구석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공간도 분명 우주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도 함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의지로 우리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으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제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할 때이다. 지구 온난화와 빈부의 문제, 식량의 문제, 식수의 문제, 전쟁의 문제, 경제의 문제 등 지구는 전방위적으로 문제에 둘러 쌓여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있는 이 우주를 이해하여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우주 즉, 코스모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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